Still Life

늘 그랬듯이


삶은 한순간의 사건 혹은 선택으로 송두리째 변하곤 한다. 깎여나간 수많은 변수들을 뒤로한 채,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바지런히 흐른다. 때문에 이 삶의 흐름이 만들어낸 인류사 또한 급작스러운 변화를 겨를 없이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때론 기술 발전이나 사회 제도의 도입에 따라 서서히, 또 때론 자연재해나 전염병처럼 불가항력적인 모습으로, 변화는 찾아온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의 몸에 밴 상식과 습관으론 견디어낼 수 없어서, 혼동과 절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시에, 변화는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출발을 어김없이 싹 틔운다. 2020년 초, 인류는 또 다른 변화와 혼돈, 그리고 절망과 마주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 수업, 회의, 전시 등, 오랜 기간 오프라인 환경에 맞추어져 있던 일상은 전대미문의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모든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2021년 현재, 우리는 결국 혼란의 토양에 새로운 싹을 틔워냈다. 강의실 대신 화상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유형의 전시장 대신, AR / VR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웹 전시를 열었다.

이렇듯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 않고, 멈추어 버리지 않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전시 “Still Life”는 디자인 프로세싱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언택트’ 시대를 몸소 경험한 10명의 디자이너들은 팬데믹 이후 방향감을 잃은 삶의 가닥들에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Still Life”는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삶’이라는 메시지를 건네며 용기를 불어 넣는다. 어떠한 상황이 오든 괜찮다고, 우리는 결국 새로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삶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