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or of shadow

사회 혁신 :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빛이 없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잊는다기 보다 인지하지 않는다. 태양부터 LED에 이르기까지 빛은 우리에게 당연한 조건이니까. 빛을 통해서 서로를 인식하고, 자연을 관망한다. 그 인식과 관망은 통찰이 되고, 통찰을 바탕으로 물건을 만들어왔다. 반면, 빛이 없는 자리에는 물건을 만들 수 없다. 서로를 인식하는 것도, 자연을 관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통찰이 비롯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 ‘빛’이란 꼭 과학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으니까. 그림자 속에서 대상은 왜곡되어 보인다. 왜곡은 괜한 두려움 혹은 거부감을 일으킨다. 진실한 통찰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곧 소외와 편견으로 이어진다. 태초의 광원이었던 태양만이 비추던 세상에도 빛과 그림자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의 세상에는 무수한 광원이 있다. 인간과 자본이 세상을 더 밝히려고 만들어낸 빛인데도 이상하게 더 많은 그림자가 느껴진다. 서울의 도시 풍경도 이와 닮았다. 전쟁 이후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루며 급변해온 우리나라와 서울. 말끔하고 거대한 마천루 거리의 뒷골목마다 들어선 낮고 낡은 점포와 집들은 인간소외의 단면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균형이라는 말보다 대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빛과 그림자처럼. 결국 현대의 발전은 눈부심과 동시에 수많은 어둠을 얻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빛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그림자가 존재한다. 사회의 그림자에서, 권력이나 자본의 뒷편에서 진실한 통찰이 불가능했던 존재들이 있다.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은 바로 그림자에 가려진 존재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명제적 문장은 곧, 우리가 비추어 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회혁신이라는 화두에서 빛을 뽑아냈다. 디자인이라는 빛으로 사회의 그늘을 밝혀볼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의 변화는 어렵더라도 그들에게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내면 편견과 소외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온당한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물음들이 통찰의 버튼을 눌렀다. 디자인의 시작이었다.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망각된다. 망각은 인간의 기본적 성질이나 망각된 존재들이 잊혀질 당위성은 없다. 도리어 소중한 것들이 현대사회가 만들어 낸 그늘에 놓여 외면될 때도 많다. 우리는 그 그늘을 비추고자 다가간다. 디자인이라는 우리만의 광원으로.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디자인적 솔루션의 무대이다. 5명의 예비 디자이너들이 각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회적 주제를 자기만의 조형미감과 감성으로 조명한다.